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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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를 바짝 따라오며 대규모 '빅스텝'에 나서고 있다. 신흥국 채권은 일반적으로 1등급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인데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 자본 흐름이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어 한국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월별 콜금리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는 세 차례 역전됐다. 외국 자본이 한미 금리 역전을 세 차례 남긴 외국인 수급 추이를 분석해 보면 2005년에는 은행과 금융주가 잘 싸웠고, 기술 성장률이 높은 카카오와 실적이 대폭 향상된 몇몇 기업들만이 강세를 보였다. 연준은 4월 성명을 통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에서 0.75로 1.0% 포인트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0bp(0.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FOMC가 6월과 7월 두 달 연속 0.5% 포인트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가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0.25%~0.5%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이창영 한은 총재는 4월에 열린 청문회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만큼 강하지 않아 금리를 빨리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장기 전쟁 이후 경기 악화로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가 이뤄지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성장률은 1분기 대비 0.7%에 불과했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신흥국 증권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계 자본이 한국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간 사례가 있다.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3.43%에서 5.25%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에서 5%로 상승했다. 한은도 금리를 대폭 올렸지만 연준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2000년대 초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대규모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이 증대된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2년간 32조원 이상의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개인 비중이 적다 보니 투자신탁과 연기금 등 국내 기관 대부분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야만 했다. 적어도 금융·은행 부문은 양호하여 외국인 투자자는 대거 철수한 상황 속에서도 신한지주, KEB, 기업은행, 우리금융, 하나은행 등의 금융주는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였다. 이 시기의 금융주의 상대적 방어에는 복잡한 요인이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조를 맞추지 못했지만 한국은행도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의 수혜자인 금융 관련주가 혜택을 볼 수밖에 없었다. 국내외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급증으로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평당 평균 가격은 2003년 초 1,951만원에서 2008년 4,069만원으로 올랐다. 외환시장도 금융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기준금리가 공격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의 결과로 외국자본이 한국 증시를 떠났지만 경상수지 흑자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 이 기간에도 많은 외국인 자본은 한국 증시를 떠났다. 외국인이 2년간 14조원어치를 순매도했고 당시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순매도에 맞서기 위해 총 18조원 정도를 매수했다.

 2018년에서 2020년에는 금융주보다는 실적이 크게 개선된 주요 종목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이겨냈다. 외국인 자금은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동하고 분기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한 카카오로 몰렸고, SK하이닉스도 2017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올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세로 나타났다. 최근 외국인은 거시환경 차이로 한미 기준금리를 역전시킬 때 다른 거래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05년에는 중국 경제가 매우 선전했고 2018년에는 중국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이후에도 순매도가 이어지지만 미국 물가지수가 정점을 넘으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외국인 자금이 다시 기술성장주로 흘러들게 된다. 카카오와 네이버뿐 아니라 현금흐름이 좋아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적극 출시하고 있는 현대차도 수혜를 보게 된다. 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외국인의 거래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에 비해 일본 시장 금리가 높아 미국을 쓰러뜨려도 외국인 자금 유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자체가 전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순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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